'2008/07'에 해당되는 글 29

  1. 2008/07/15 라다크 아직도 진보정당 실험할 게 남아있나 (1)
  2. 2008/07/11 라다크 팥빙수 (1)
  3. 2008/07/03 라다크 퇴학한 중학생들이 경로당을 터는 까닭 (1)
  4. 2008/07/03 라다크 사람과 사회 화장실 죽음의 출산, ㄱ양은 피해자다 (0)
  5. 2008/07/03 라다크 사기 당할뻔한 실업계 졸업생의 취업이야기 (0)

(오마이뉴스) 아직도 진보정당 실험할 게 남아있나
[촛불논쟁-거리정치인가 정당정치인가?⑥] <여공 1970…>의 저자 김원 박사



촛불에 상찬을 늘어놓은 다른 지식인들에 비해 그는 차분했다.


<여공 1970, 그녀들의 반역사(2006년)>란 책으로 주목받았던 김원 박사(정치학)는 6월 중순께 발표한 글에서 "아이들의 촛불을 보며 지나치게 부끄러워하거나 환호해서는 안된다"며 침착하고 냉정한 시선을 주문했다.


"우리는 이미 2002년 촛불이 어떻게 잦아들었으며, 당시 촛불을 든 아이들이 88만원세대가 되어 고용불안 속에서 '경제를 살려준다'는 보수정당에 투표하는 것을 목도했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 김 박사는 '촛불이 일상으로 들어왔을 때'를 언급하며 비판적 시각을 이어갔다.


"한달 전 뉴타운 건설에 열광했던 집단이 갑자기 촛불 속에 자신을 불태울 수 있을까? 한국정치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나는 거리의 정치가 순간 잦아들면서 일상으로 대중들이 돌아갈 때, 시민사회의 '풀뿌리 보수주의'는 다시 강력한 흡인력을 보이며 대중을 빨아들였다. 이 점에서 촛불로 한국 시민사회의 풀뿌리 보수주의가 변화했다고 판단한 것은 경솔한 판단이다."


심지어 박사는 "(2002년 촛불에 이어) 2008년 촛불에도 '민족주의'는 지속적으로 존재하며 힘을 발휘하고 있다"며 이를 "민족적 자존심에 기초한 멘탈리티의 재생"이라고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중략)


"진보정당 실험할 게 더 남아있나"


또한 김 박사는 "사회운동과 정당정치에 대한 불신이 촛불시위로 분출됐다"며 촛불시위가 한국사회에 '두 가지 성찰'을 가져다 주었다고 말했다.


"하나는 더 이상 한국사회의 변화는 기존의 제도화된 정당이나 정당정치를 통해 결코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촛불은 촛불이고 제도정치가 시민사회의 이익을 대변해야 한다'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앞으로 한국사회의 변화는 촛불시위든 거리정치든 대중지성이든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질 것이다.


다른 하나는 더 이상 기존의 사회운동 패러다임을 고집했을 때 사회운동이 대중과 소통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대중의 호민관'이라는 패러다임으로는 대중을 이해할 수도 없고, 대중이 복무할 수 있는 언어공간도 확보할 수 없고, 그들을 사회적·정치적 변화의 장으로 끌어올 수도 없을 것이다. 이제 사회운동은 대중의 호민관으로서 역할을 포기해야 할 상황이다. 사회운동 활동가들도 이번 촛불시위에서 그런 점을 학습했다고 본다." 


이런 분석의 연장선상에서 박사는 최근 촛불논쟁의 단초를 제공한 최장집 전 고려대 교수의 '대의제 민주주의론'과 관련 "현상 유지적인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최장집 선생이 생각하는 (민주주의의) 최대치는 친노동자정당의 집권인 것 같다. 국가권력이나 정부행태의 변화·집권 등을 통해서만 좀더 풍부한 민주주의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친노동자정당의 집권을 돕는 시간에 상상력을 발휘해 다른 다양한 가능성을 사회 부분에서 추진하는 게 (새로운)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대의제 민주주의는 대중의 판단과도 부딪친다. 대중들이 투표와 선거에 참여해 자신의 이익을 반영할 수 있느냐?"


이 대목에서 김 박사는 "정당정치는 대안으로 쓸 수 있는 카드가 아니다"라며 '진보정당 무용론' 혹은 '정당정치 무용론'으로 비칠 수 있는 도전적인 주장을 내놓았다. 이미 "촛불집회에 대한 많은 해석들을 보면, 진보정당과 노동운동이 필요없는 이론들"(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작년이 87년이 20년 되는 해였다. 좋은 정당, 진보정당의 실험을 더 할 게 남았나? 더 이상 거기에 목을 매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파산 선고까지는 아니더라도 분명히 한계가 있다는 것을 경험하지 않았나? 대중들이 자신들의 일상적 문제를 자기문제로 표출하기에는 정당은 너무 낡았다. 그런 것들이 명백한데 계속 (진보)정당에 목을 매야 하느냐? (진보) 전당이 대안이라고 얘기해야 하느냐?"


이어 김 박사는 "대중의 우발성과 예측불가능성이 한국정치를 관통하는 특징이 아닌가 싶다"며 "한국사회에서는 여전히 아래로부터 대중투쟁에 근거했을 때 형식적 민주주의가 실질적 민주주의로 이행하는 계기가 마련된다"고 주장했다.


김 박사는 "대중의 우발성과 예측불가능성을 제도정치로 통제할 때 민주주의가 공고화된다는 주장은 현상유지적이고 보수적"이라며 거듭 '최장집 사단'의 견해를 비판했다.


(중략)


원문보기

팥빙수

무제 | 2008/07/11 03:26 | 라다크

딸애와 함께 팥빙수를 만들어 먹는다. 얼려둔 얼음을 갈고 사온 팥이랑 떡이랑 파인애플이랑 기타들을 나름의 비율로 만들어서 둘이서 먹어본다. "아빠 진찌 맛있다!"라고 아이가 말을한다. 아이의 말을 들으며 살짝 한쪽 가슴이 아프다....


어제 너무도 더운 날씨에 아이랑 뭐해먹을게 없을까 고민을 하다 팥빙수나 만들어먹을까 하고 마트에 들러 아이랑 둘어봅니다. 얼음을 갈아서 팥빙수 얼음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대략 9600원 정도선... 문제는 기계가 아니라 팥빙수의 핵심인 팥이 문제더군요. 비슷한 용량에 중국산 팥으로 만든것이냐 국산이냐의 문제로 가격차이는 얼추 두배의 차이.... '중국산이라.... 국산팥을 살까?' 가격은 두배가량의 차이.... 고민이 꼬리를 뭅니다. 팥빙수를 만들기 위한 다른 재료들도 둘러봅니다. 팥빙수 하나를 만들어먹기 위해서도 완벽한 국산재료만의 구성은 불가능하더군요. 물론 지불할 능력이 많다면 다른 문제이겠지만.... 아무리봐도 국산으로 모든 재료의 구매가 불가능하다면 그냥 가격으로 구매를 결정합니다. 중국산 팥을 카트에 담고 아이가 과자를 사달래서 유기농임을 강조하는 과자 한봉지 손에 들려서 마트를 나옵니다. 마트를 나오면서도 뭔가 찝집한 느낌... 가능한 국산을 살껄 그랬나?


얼음을 갈고, 이것저것 재료들을 아이랑 같이 넣어서 팥빙수를 만든다. 가게에 파는 맛과는 다른 그냥 그럭저럭 팥빙수의 맛이지만 아이랑 둘이서 만들었기에 더욱 시원하고 맛이 좋다. 하지만 팥빙수속의 팥을 볼때마다 목에 걸리는 느낌은 도데체 뭘까? 고작 몇천원 아끼자고 중국산팥을 산 아빠의 치사함때문일까? 뭘까?


하물며, 내가 선택가능한 문제에서도 이렇게 마음이 찝찝한데 한달에 7번 이상은 소고기를 어린이집에서 먹어야 하는 딸아이의 직면한 문제에서 '세상에서 가장 싸고 질좋고 안전하고 맛있다'는 소리를 연발하며 미국소고기 스테이크를 잘라 입으로 가져가는 그작자들의 말을 나는 정말 한번쯤 믿어보고 싶다. 하지만 믿어보고 싶은 의지와는 무관하게 이제 내 딸아이는 그 아이의 선택권을 박탈당한채 '세상에서 가장 싸고 질좋고 안전하고 맛있다'는 미국소고기가 어린이집 식단에 오르게 되는 시대에 살게 된것이다.

태그 : 팥빙수
사회
퇴학한 중학생들이 경로당을 터는 까닭
[빈곤리포트③] 저소득 빈곤계층 아동대상 엽기살인 막을 길 없나
장윤선 (sunnijang)
작년 크리스마스 때 실종됐던 이혜진·우예슬양이 싸늘한 주검이 돼 돌아온 건 올 3월이었다. 5개월간 이미 이 사건은 머릿속에서 지워졌지만 저소득 맞벌이가정의 방치 아동들은 여전히 밤늦도록 놀이터에서 논다. 는 경기도의 후원을 받아 경기도에서 가장 취약한 안산 선부동 아이들의 방임 현황을 취재했다. 모두 4차례로 나눠 저소득 맞벌이, 한부모, 조손가정 아이들의 방임실태를 알아보고 대안을 제시한다.  보도를 통해 안산 선부동 저소득 계층 아이들이 보다 안전하고 내실있는 통합보육시스템 속에 안착되기를 기대해본다.
  
아동범죄 예방을 위한 어머니폴리스 회원들이 16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선부동 석수초등학교에서 안전한 하교길을 위해 학교 주변을 순찰하고 있다.
ⓒ 유성호
선부동

대구에서 초등학교에 다니던 허은정양이 납치 2주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누가 왜 허양을 살해했을까 의문이 증폭되고 있지만 경찰 수사는 아직도 갈피를 못 잡고 있다. 벌써 22일째다. '혜진·예슬양 사건'이 뇌리에서 채 사라지기도 전에 또 터진 어린이살인사건이다.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터지는 '어린이살인범죄'를 막을 길은 없는 것일까. 저소득 빈곤계층 아동들이 끔찍한 범죄의 희생양이 되는 이유는 뭘까.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터져 나오고 있지만, 이렇다 할 대안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학원뺑뺑이' 경제사정 되는 맞벌이와 학원 못 보내는 저소득 맞벌이


정 부는 '안양 어린이 살인사건' 이후 학교 앞에 '안전둥지'를 만드는 등 여러 노력을 벌였다. 그러나 효과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웃하는 이들이 많다. 지난 18일 안산 선부동 석수초등학교 앞 S문구점 앞에도 주차분리대를 닮은 '안전둥지' 표지판이 있었지만 관리 소홀로 아무렇게나 나뒹굴고 있었다.


S문구 주인은 "경찰의 요청으로 지난 4월 설치했지만 아직까지 단 한건도 신고가 접수되지 않았다"면서 "평소 아이들에게 관심이 없었지만 '안양어린이 사건' 이후 어린이 안전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16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선부동 석수초등학교 앞 문구점에 아동범죄 예방을 위한 아동 안전 지킴이집이 지정되어 운영되고 있다.
ⓒ 유성호
선부동

안산 단원경찰서 선부지구대 경찰들도 '안전둥지'를 돌면서 상황을 점검했지만, 디카로 '문제없다'는 '증명사진'을 찍을 뿐 별다른 조처는 하지 않았다. 전시행정의 단면처럼 보였다. 


저 소득 어린이들의 방과 후 안전문제를 책임지고 있는 지역아동센터 교사들은 최근 빈발하는 아동범죄에 대해 심각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 맞벌이나 한 부모, 조손가정 어린이들이 범죄에 노출되거나 가담하는 사건이 발생해 이에 대한 예방책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황 충만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문화홍보위원은 "부모가 밤늦도록 일하지 않으면 생계가 곤란한 빈곤계층 아동들은 방과 후에 누군가의 돌봄 없이 방치되는 일이 많다"며 "맞벌이 가정 가운데도 아이들을 '학원 뺑뺑이'로 돌릴 경제사정이 되는 집과 그렇지 않은 집의 아이들은 학업이나 범죄노출 등에서 상당한 차이가 난다"고 진단했다.


황 위원은 "안양 혜진-예슬사건과 대구 허은정양 사건에서 보듯이 저소득 맞벌이, 한 부모 가정 아이들이 범죄에 노출하는 현상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며 "가정이 해결할 수 없는 아동보호 문제점들은 이제 정부와 사회, 시민사회가 책임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지난 5일 안산 선부동 '무지개 지역아동센터'에서는 '동네 저소득계층 아동보호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두고 열띤 토론회가 열렸다. 안양이나 대구에서 터진 사고가 안산 선부동이라고 피해갈 리 없다는 판단에서 '동네어른'들이 사전에 대책을 세워보자는 취지로 마련된 자리였다.

 

경기도 2학기부터 다기능학교 신설...효과는?


  
지난 5일 안산 선부2동 무지개 지역아동센터에서는 '지역아동 복지발전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 장윤선
빈곤리포트

김선자 안산시 단원구청 주민생활지원과 가정복지 담당계장은 "요즘 관내 경로당 5군데가 잇달아 털리고 있다"며 "퇴학한 중학생들이 집에도 가기 싫고, 그룹홈도 가고 싶지 않으니, PC방 떠돌다 돈 떨어지면 잠잘 곳을 찾아 경로당을 뜯고 들어오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김 계장은 "털린 동네 경로당이 문단속을 좀 더 세게 하니까 도시가스 배관을 타고 2층 문을 딴 뒤 그 길로 내려와 혹여 발을 잘못 딛다가 엉뚱한 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아닌가 가슴을 한두 번 쓸어내린 게 아니다"며 "제도권 밖을 전전하는 아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줄 곳은 지역아동센터 뿐인 것 같다"고 당부했다.


한윤희 안산시청 가족여성과 아동담당 계장은 "전국의 지역아동센터 가운데 안산시가 가장 많다"며 "보건복지가족부에도 안산은 특수지역이기 때문에 많은 배려가 필요하다고 당부해두었다"고 전했다.


한 계장은 "최근 빈발하는 아동살인범죄 등과 관련해 아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대책의 일환으로 경기도가 2학기부터 다기능학교를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며 "한 학교당 3개의 교실을 리모델링해 매일 오후 5시부터 밤 10시까지 교사나 보모가 아이들을 돌보며 학습도 지도하고, 식사도 제공하는 휴식처 개념의 방과 후 교실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다기능학교는 맞벌이 저소득층 자녀를 위해 학교와 학원, 가정기능까지 통합한 24시간 보육시스템이다. 이 개념은 지난 4월 '혜진·예슬 사건'을 계기로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는 이 사업에 21억8천만원을 쓴다는 계획이다.


그 러나 정작 혜진과 예슬이가 다녔던 안양 명학초등학교는 '다기능학교'를 신청하지 않았다. 이유는 학교시설이 노후하고 늦은 밤까지 학교가 운영됨에 따라 아이들의 안전을 책임질 수 없는 데다 '혜진·예슬 사건'에 따른 학교이미지 등을 고려한 조처로 알려졌다.


사 정은 안산도 비슷하다. 학교들이 거의 희망을 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유도 비슷하다. 노후한 학교시설에서 특별한 프로그램도 없이 아이들을 24시간 보육한다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라는 것이다. 교사들에게는 직무부담으로 연결되고, 학교도 24시간 체제로 가동돼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인력 등이 만만치 않다는 게다.


안 산 선일초등학교의 한 교사는 "무엇보다 아이들이 학교 안에서 늦은 밤까지 지내야 한다는 것은 견디지 못할 것"이라며 "아이들은 학교보다는 좀 더 따뜻하고, 정겨운 놀이가 있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공간을 선호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윤희 안산시청 계장도 "안산시내 학교 가운데 '다기능학교'를 희망하는 학교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며 "공교육의 연장으로 생각하기 쉬워 여러 학교들이 부정적 의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토할 때까지 먹는 아이, 그리고 아동보호의 현실

 

  
방과 후 초등학생들이 16일 오후 경기도 안산지역의 한 아동센터를 찾아와 친구들과 공부를 하고 있다.
ⓒ 유성호
선부동
황충만 지역아동센터협의회 문화홍보위원은 "지역사회 네트워크로 지역 내 아동보호 문제를 풀었으면 좋겠다"며 "안산 선부2동 우리 동네만이라도 '지역연대'방안으로 학교-지역아동센터-가정까지 연결되는 후원시스템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이 어 황 위원은 "지역 안에서 늘 발생하는 아동문제의 현장에 있다 보니 아동복지를 종합적으로 책임질 원스톱 토털서비스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며 "결식아동 누구나 쉽게 찾아와 밥먹고, 공부하고, 프로그램에 따라 문화생활도 즐기고, 엄마처럼 얘기를 들어줄 수 있는 상담교사가 있다면 아이들이 정말 좋아할 것 같다"고 전했다.


무 엇보다 황 위원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원거리에 복지관을 덜렁 짓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접근성이 좋고 네트워크로 정보전달이 빠른 통합 망을 갖춤으로써 위기아동 발생부터 긴급시스템 발동, 아동보호 등을 조직적으로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 와 관련, 성준모 안산시의원(민주당)은 "관이 예산을 확보해 최소한 운영비 정도를 지원한다면 선부2동 주민센터에서도 충분히 행정지원을 할 수 있다"며 "시설현대화와 우수강사 확보로 아이들이 즐겁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복지센터가 있다면 좋겠다"고 아이디어를 보탰다.


김명연 안산시의원(한나라당)도 "관이 아동복지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고 발을 빼니까 문제"라며 "안산시 전체 청소년공부방, 지역아동센터, 사회복지센터에 대한 일괄 데이터조사 및 운영방안 연구를 통해 사회안전망 구축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고동옥 목사는 "현장 사회복지의 현실을 볼 때 아동과 가정을 잇는 통로역할이 필요한 것 같다"며 "도움이 필요한 빈곤가정 아이들이 많지만 통합적으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어 답답한 점이 많다"고 토로했다.


안 산 선부동 무지개 지역아동센터 한근자 사무국장은 "밤 9시, 10시에도 동네 오락실에서 전자오락에 빠진 아이들을 자주 발견한다"면서 "대개는 저녁밥도 굶은 채 엄마가 올 때까지 시간을 보내는 경우"라고 걱정했다. 한 국장의 말이다. 


" 밤 10시에도 밥 달라는 애들 있어요. 하루는 아홉 살 꼬맹이에게 밥을 줬는데, 어른보다 더 먹어요. 저러다 탈나지 했는데, 꾸역꾸역 목구멍으로 들어가던 밥이 순식간에 도로 다 넘어왔어요. 너무 굶으면 토할 때까지 먹는다는 소리를 듣긴 했어도 직접 본 건 처음이었죠. 여기 있으면 매일 눈물바람이에요. 부모님 늦게 퇴근해도, 안정적인 공간에서 숙제하고, 밥 먹고, 놀 수 있어야 아동범죄 노출빈도가 줄어들 거라고 생각합니다."

2008.06.21 09:51
태그 : 청소년
h21.hani.co.kr
  기사섹션 : 줌인 등록 2008.03.24(월) 제703호


사람과 사회 화장실 죽음의 출산, ㄱ양은 피해자다

수원 화성 공용 화장실에서 아기 낳고 물 내린 ‘영아살해’ 혐의 여고생, 성폭행부터 분만까지 아무도 몰랐다니…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t@hani.co.kr

지난 3월7일 오후 5시께, 경기 수원 화성의 한 공용 화장실. 청소 용역원 한아무개(48)씨는 여자 화장실에 들어서다가 어렴풋이 갓난아기 울음소리를 들었다. 평소와 달리 이날은 화장실 이용자가 거의 없었다. 와글와글 하굣길에 들르던 아이들도 썰물처럼 빠져나간 뒤였다. 한 칸의 문이 잠겨 있었고, 안에서는 인기척은 없이 휴대전화 벨소리 같은 음악만 크게 들렸다. 다른 칸들을 청소한 뒤 세면대 의자에 앉아 문이 열리길 기다렸다. 10분쯤 지났을까. 10대 후반의 소녀가 문을 열고 나오려다 한씨와 눈이 마주치자 황급히 문을 닫았다. 뒤이어 변기 내리는 소리가 연방 들렸다. 칸막이 밖 바닥으로 벌건 핏물이 흘러나왔다.

직감적으로 눈치를 챈 한씨가 “학생, 무슨 일이야? 혹시 애 쏟은 아니야?”라고 물었다. 모기만 한 소리로 “생리를 해서 그래요”라는 답변이 나왔다. “그러면 물은 왜 자꾸 내리는 거야? 나와봐.” “아니예요. 죄송해요. 제가 다 치우고 갈게요.” “글쎄, 도와줄 테니 나와보라니까.” “….” 그러길 10분. 한씨의 닦달에 드디어 소녀가 나왔다. 얼굴이 노랗게 뜬, 짙은 색 치마와 후드 점퍼를 입은 평범한 여학생이었다. 치마 안으로 피가 흘러 종아리를 타고 내려오는 게 보였다. 변기 뚜껑을 열어보니 신생아가 등과 뒤통수를 내보인 채 떠 있었다. 이미 숨진 상태로 보였다. 한씨는 119를 부르고 소녀에게 여벌로 갖고 있던 속옷을 입혔다. 화장실 내부는 휴지 뭉치가 흩어진 채 피칠갑이 돼 있었다. 변기 옆에 피 묻은 열쇠 하나가 놓여 있었다. 손가락 두 마디 크기의 작은 열쇠였다. 탯줄을 자를 때 썼던 모양이었다.

수원의 고등학교 2학년인 ㄱ(17)양은 곧바로 아주대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치료를 받았다. 조산인데다 분만 처치가 제대로 되지 않아 출혈이 심했다. ㄱ양은 목숨을 건졌으나 아기는 숨졌다. 4kg의 사내아이였다. 경찰은 ㄱ양을 영아살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엄마 “내 딸이지만 꼴도 보기 싫다”

ㄱ양은 혼자 숨죽인 채 아이를 낳아야 했을까. 경찰의 수사 내용 등을 종합하면, ㄱ양은 누구에게도 임신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배가 불러올 때까지 가족이나 친구, 학교 교사들도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사건 당일 병원으로 달려간 담임 교사와 학생주임에게 ㄱ양의 어머니는 “전혀 몰랐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 딸이지만 꼴도 보기 싫다”고 울부짖었다. ㄱ양의 언니는 “간밤에도 한이불을 덮고 잤지만 전혀 몰랐다. 동생이 전보다 많이 먹었는데, 지난해 가을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충격으로 그런 줄 알았다. 그냥 살이 찐 줄로만 알았다”며 울먹였다. 학교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지난해와 올해 ㄱ양의 담임을 맡은 교사들은 “특별히 ‘튀는 학생’이 아니었고 그 나이 때는 키나 몸이 갑자기 성장하기도 하므로,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았다”고 했다.

가출했던 날 두 명에게 성폭행 당해

사건 당일에도 ㄱ양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학교에 갔다. 수업 시간에는 학교 보건소에 누워 있었다. 보건 교사에게 “배가 아프다. 생리통인 같다”고 약을 얻기도 했다. 하교 시간이 가까워졌을 때 갑자기 양수가 터지자 ㄱ양은 도망치듯 학교를 빠져나왔다. ㄱ양은 “갑자기 몸에서 뜨거운 물이 나오는데, 놀라고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몰라 집에 가려고 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버스 정류장으로 가던 도중 배가 너무 아파 화장실에 들어갔고, 10여 분의 진통 뒤 애를 낳았다. ㄱ양은 “무서워서 곧바로 물을 내렸다”는 것이다. 임신 경위에 대해서는 “지난해 7월 수원역 근처에서 한 흑인 외국인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이 ‘외국인’을 추적할 만한 단서나 정황은 없었다. ㄱ양은 “4개월 정도 때까지 임신 사실을 몰랐고, 그 뒤에는 임신인가 싶기도 했지만 누가 알까봐 무서워 숨기고 지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물을 반복적으로 내린 과정에서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해 ㄱ양에게 영아과실치사가 아닌 영아살해 혐의를 적용했다.

사건 며칠 뒤 ㄱ양의 외삼촌이 담당 형사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아이가 어렵게 말문을 열었는데, 임신 상대가 정체불명의 외국인이 아니라 중학교 1년 선배인 남학생과 그 친구 등 두 명으로, 강제로 성관계를 맺었다는 내용이었다. 지난해 7월 엄마와 다툰 뒤 딱 하루 집을 나왔는데, 갈 곳이 없어 PC방에서 채팅을 하다가 중학교 1년 선배인 남학생과 우연히 연결이 됐고, 그 남학생 집에서 하루 머물다가 당한 일이었다는 것이다. ㄱ양은 현재 사건 후유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다. 경찰은 본인의 진술을 들은 뒤 용의자 추적에 나설 예정이다. 만약 이 ‘전언’이 사실이라면 ㄱ양은 성폭행 피해자로서 ‘응급구조’를 받을 기회조차 놓치고 이중 삼중의 고통 속에서 8개월의 시간을 보냈던 셈이다. 현행 모자보건법은 성폭행 등으로 임신을 한 경우에는 중절수술을 허용하고 있다.

현재 전국 14개 시도의 대형 병원 응급실에 ‘여성·학교폭력 피해자를 위한 원스톱 지원센터’가 설치돼 있다. 의료 지원과 전문 상담, 수사 및 법률 지원까지 한 번에 이뤄지는 ‘피해자 맞춤형’ 통합 시스템으로, 여성 경찰관과 상담사, 간호사 등이 24시간 연중무휴 상주한다. ㄱ양은 이런 정보를 전혀 몰랐을까. 수원중부경찰서 강력3팀 노원우 형사는 “ㄱ양이 지난해 7월 이후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모르고 지낸 것 같다”고 말했다.

사건 직후 자퇴서 제출하고 이사

학교 생활은 어땠을까. ㄱ양은 지난해 가을부터 담임 교사 등에게 ‘자퇴를 하게 해달라’고 졸랐다고 한다. ‘미용 기술’을 배우고 싶다는 게 이유였다. 학부모 동의가 없는 상태라 학교에서는 ㄱ양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었다고 한다. ㄱ양의 아버지는 지난해 가을 숨졌고, 어머니는 생계를 위해 주야로 일을 다니느라 아이를 돌볼 겨를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어렵게 담임교사 등을 통해 인터뷰 요청을 했으나 ㄱ양의 가족은 기자와의 접촉을 완강히 거절했다. 살던 집도 내놓고 다른 곳으로 이사한 상태라고 했다. ㄱ양의 외삼촌은 사건 직후 곧바로 학교에 자퇴서를 제출했다.

경찰 안팎에서는 ㄱ양이 미성년자인데다 본인 처지와 전후 과정에 비춰볼 때 기소유예 처분이 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장담할수는 없다. 영아과실치사와 달리 영아살해는 죄가 무겁다. 형법상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다.

이 소식을 접한 일부 여성 인사들이 온라인 커뮤니티(http://.sunjooschool.com) 에서 ‘무료변론 지원’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ㄱ양의 가족은 일체의 ‘외부의 도움’을 잠정적으로 거부하고 있는 상태이다. “아무 도움도 필요 없다. 우리가 알아서 돌보겠다. 그냥 조용히 일이 묻히고 지나가게만 해달라”는 게 경찰이 전한 ㄱ양 가족의 이야기이다. 주요 언론은 이 사건을 다루지 않았지만 일부 지역언론에 보도된 것만으로도 ㄱ양과 가족은 ‘공황 상태’라고 담당 형사는 덧붙였다.

사건 직후 ㄱ양의 어머니가 보인 반응과 경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태도를 보면, ㄱ양과 가족은 ‘세상의 시선’을 극도로 두려워하는 것으로 보인다. 평소 가정과 학교 같은 1차 집단에서 반복적으로 주입·학습된 내용은 결정적인 순간 개인의 판단에 큰 영향을 끼친다. ㄱ양이 임신 사실을 숨긴 것이 수치심 때문이었는지는 알수 없다. 다만 홀로 분만을 하는 순간에도 “무섭고 감추고만 싶어” 했던 절박한 심경을 어느 정도는 짐작할수 있다. 많은 성폭력 피해자들이 피해의식에 앞서 수치심을 갖는다.

ㄱ양은 응급 상황에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정보’를 몰랐던 것일까. ㄱ양이 다니던 학교에서는 1년에 10시간씩 성교육 수업을 꼬박꼬박 해왔고, 긴급 신고전화 1366도 충분히 알려줬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학교 역시 대부분의 다른 학교들과 마찬가지로 ‘형식적인 수업’에 그쳤다. 1년에 한두 차례 외부 전문가가 성폭력 예방교육과 범죄 예방교육을 진행했으나, 강당에 수백 명의 아이들을 모아놓고 하거나 교실에서 모니터를 통해 배우는 식이었다. 그나마 ㄱ양이 다니던 학교는 교육부에서 정한 수업 시수를 지켜온 쪽이다.

성교육·신고전화 홍보도 형식에 그쳐

학생용 성교육 교재가 개발된 것도 최근의 일이다. 2001년 교사용 지도서가 나왔을뿐, 학생용 교재는 없었다. 이르면 3월 말 각급 학교에 배포되는 새 교재(초등용, 중·고등용)는 성폭력·가정폭력·학교폭력 예방과 대처 방안을 구체적으로 담고 있다. 긴급 신고전화, 호신술, 폭행을 당한 직후 증거물 보전 방법을 포함해 사후 응급피임에 대한 정보까지 아울렀다. ‘일반적인 지식’이 아니라 ‘현실적인 대처 방안’에 대폭 무게를 실은 셈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이수정 박사는 “결국 어른도 세상도 나를 지켜주지 못하니, 일상적인 위험을 인식하고 스스로 자신을 지키라는 적극적인 대처법에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고 설명했다. 경기 지역의 원스톱 지원센터 관계자는 “‘부끄러워 말고 감추지 말고 도움을 청하라, 내가 도움을 요청받는 단 한 사람일 수도 있다, 꼭 필요한 정보를 알고 주변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한 예방이다’라고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가르치는 체계적인 현장 교육이 아쉽다”고 말했다.

청소 용역원이 발견하지 않았다면 ㄱ양은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었다. ㄱ양 스스로 ‘문’을 열고 나오기 전까지 아무도 도움을 주지 않았다. 꼬박꼬박 집밥을 먹고 학교에 다녔건만 8개월 넘게 배가 불러올 때까지 주변 어른들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 너는 세상에서 무엇보다 소중한 존재이며, 네가 용기를 낸다면 세상은 기꺼이 네 편에서 고통을 덜어준다는 사실을 말해준 이도 없었다. 이런 무관심과 방치가 결국 ㄱ양을 화장실 안에서 ‘홀로 사투하게’ 하고 ㄱ양의 아이까지 ‘살해’한 것은 아닐까. ㄱ양은 피해자다.


여성·학교폭력 피해자 원스톱 지원센터

의료·상담·수사·법률 서비스 24시간 대기 중

지난해 전국에 있는 ‘여성·학교폭력 피해자 원-스톱 지원센터’에서 도움을 받은 성폭력 피해자는 5701명이다. 전년도 2868명에 견줘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이다. 이금형 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은 “경찰에 신고된 성폭력 피해사건이 1만5326건(2006년 기준)인 것을 보면, 대략 3분의 1이 넘는 피해자가 긴급 지원을 받고 있다”며 “동시에 3분의 2 가까운 피해자는 어떤 이유로든 이 시스템에서 소외돼 있다”고 말했다.

원-스톱 지원센터는 성폭력이나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신분 노출과 신변 위협 등을 우려해 가해자를 신고하는 일이 드물고(평균 6.1%), 피해자에게 의료·상담·수사·법률 등 무료 통합지원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사회적인 인식에 따라 지난 2005년부터 설치되기 시작했다. 2006년 전국 14개 시도에 15곳이 만들어졌다(경기 지역은 두 곳). 대형 병원 응급실에 설치돼 있어 신속한 의료적 처치를 할 수 있다는 게 중요한 특징이다. 또 여성 경찰관, 상담사, 행정요원, 전담 간호사 등이 24시간 대기하고 있어 표현력이 부족한 어린이나 도우미가 필요한 장애인, 2차 피해자인 피해자 가족도 ‘맞춤형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증거 채취 및 피해자 진료·치료는 전액 무료이다. 상주 여성 경찰관이 피해자가 안정된 심리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장소에서 진술 조서를 작성하고 녹화해, 이후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가 두 번 세 번 같은 얘기를 반복하는 고통을 덜도록 했다. 법률 상담은 물론 300만원 한도에서 무료로 민·형사 소송 지원을 해주며, 보호자가 없거나 보호자와의 만남을 거부하는 피해자에게는 형편에 맞는 보호시설을 연결해준다. 피해자 신원은 철저히 보호한다.

스티커를 붙이고 방송 홍보를 하는 등 원-스톱 지원센터를 널리 알리면 피해자들, 특히 청소년 피해자들이 이를 지체 없이 이용할 수 있을까? 경기 지역의 한 원-스톱 지원센터 상담사는 “대부분의 센터에서 동시에 돌볼 수 있는 피해자 수는 최대 2명이다. 피해자 신원 보호를 위해 시간대를 겹치지 않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인력과 규모로는 ‘무조건적인 홍보’가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2월 설 연휴에 앞서 전국적으로 홍보한 ‘1339’(응급의료 지원센터)는 문의가 폭주하면서 상담원이 다섯 건에 한 건 정도만 가까스로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딜레마다. 중요한 것은 ‘잠재적 피해자들’이 여전히 원-스톱 지원센터의 존재조차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홈페이지 www.117.go.kr 전화 국번없이 117·182




http://h21.hani.co.kr/section-021164000/2008/03/021164000200803240703056.html



copyright The Hankyoreh. han21@news.hani.co.kr
사는이야기
사기 당할뻔한 실업계 졸업생의 취업이야기
도처에 깔린 삶의 장애물들..."취업 생각하게 나름이죠"
우광환 (dnsdidtks)

조카인 아름이(가명)가 실업계 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한 것은 지난 15일이었다. 어차피 대학을 포기했던 아름이는 애초에 기술 전문학교를 다니려 마음먹었었다. 졸업 전에 학교로 모 항공 전문학교라는 곳에서 온 사람들이 입학설명회를 가졌던 것이 계기였다.


한 학기 300만원이 넘는 수업료를 먼저 내고 학원을 다니다가 해군 부사관에 지원을 하면 국비 장학생이 된다는 말이, 아름이에겐 너무도 달콤하게 들렸다고 한다. 먼저 낸 수업료도 돌려받고 졸업 때까지 무료로 학원을 다닐 수 있는 것은 물론, 천만원의 장학금까지 받는다고 들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해군에 입대를 하면 월 150만원이 넘는 월급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은 아름이 뿐만 아니라 친구들까지도 꿈에 젖게 했다. 취직이 힘든 요즘 세상에 군 공무원 신분이 되는 것이다. 당연히 아름이와 친구들은 그 자리에서 신청서를 써냈다. 하지만 그 '단 꿈'은 오래 가지 않았다.


갓 진출한 사회, 그러나 도처에 깔린 삶의 장애물


졸업하자마자 학원 측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전화를 해서 달콤한 말만을 해대며 빨리 입학 수속을 하라고 보채는 것을 보면서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아름이를 보고 궁금했던 나는 해군에 직접 연락을 했다.


“저희 해군에서는 여자 부사관을 위한 그런 장학제도는 없습니다. 이야기가 잘못 전해졌거나, 그 학원이라는 곳에서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한 것 같습니다.”


해 군 부사관 담당이라는 소령의 확실한 이야기를 듣고 나서 나는 다시 항공 전문학교라는 곳에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그곳 사람들 이야기는 한결같이 장밋빛이었다. "해군 측에 알아보니 당신들 말과는 전혀 다르더라"고 하자, 학원 측 사람이 말을 더듬으며 전화를 끊었고, 아름이에게 다시 연락이 오지 않았다.


그 제야 사태를 알아차린 아름이는 얼른 친구들과 학교에 연락을 해서 사기성이 농후한 그 학원에 대해 알렸다. 아름이는 학교를 졸업하고 세상에 나오자마자 삶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처음으로 깨닫게 되었다. 분통이 터졌지만 어찌해야 좋을지 딱히 알 수도 없어 그냥 분을 삭이면서 일자리를 구하기로 마음먹었다.


동 생과 자신을 위해 고생하는 홀어머니를 생각해서도 취직은 시급했지만, 실업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아름이 앞에 문을 열어주는 회사는 눈에 띄지 않았다. 학교 때부터 밤에 네시간 씩 시장에서 옷 판매원 아르바이트를 했던 아름이는 하는 수 없이 경력을 살려보기로 마음먹었다.


인터넷 구인 광고를 보고 여러 군데 자기 소개서를 올려놓자 며칠 후에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그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백화점의 여성정장 코너라는 곳으로 당장 달려가 면접을 본 아름이는 다행히 그날로 채용이 결정되었다.


아 르바이트 하던 곳의 사장 언니 소개서가 힘을 발휘한 덕에 보수도 마음에 들게 책정되었다. 단지 판매원 특성상 근무시간이 조금 길긴 하지만 생각보다 넉넉한 보수이기에 개의치 않기로 했다. 그곳을 한 일주일 째 다니고 있는 아름이에게 물었다.


“직장 생활은 마음에 드니? 혹시 힘들지는 않고?”

“ 조금 힘들긴 하지만, 어엿한 일자리를 가졌으니 자부심이 느껴져요. 내 친구들은 그 힘든 곳에 뭐 하러 들어갔느냐고 말 하지만, 내 입맛에 맞는 일자리가 어디 그리 쉽나요? 더구나 제가 어디 가서 이만한 월급을 받을 수 있겠어요?”


"취직대란, 생각하기 나름인 거 같아요"


하 긴 요즘 세상에 실업고를 갓 졸업하자마자 1백수십만원의 보수를 받는 일자리 구하기란 어려운 일이긴 하다. 그러나 그런 일자리라고 해서 모두가 선호하는 것도 아니다. 힘든 데다가 자기 시간이 거의 없다는 이유 때문인 것 같다. 아름이가 말했다.


“ 취직 대란이라는 것도 생각하기 나름인 거 같아요. 자기 일 하고 싶은 자리만 찾으려면 취직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죠. 하지만 저는 빨리 일하고 싶었거든요. 놀면 뭐해요. 엄마를 도와드려야죠. 조금 힘들긴 해도 지금 일자리 만족해요. 같이 일하는 언니들도 잘해주고요. 어쨌든 열심히 돈 벌어서 저도 언젠간 옷 가게 사장하려고 그래요. 정말 열심히 해볼 거예요.”

태그 : 실업고
이전 1 2 3 4 5 ... 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