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빙수

무제 | 2008/07/11 03:26 | 라다크

딸애와 함께 팥빙수를 만들어 먹는다. 얼려둔 얼음을 갈고 사온 팥이랑 떡이랑 파인애플이랑 기타들을 나름의 비율로 만들어서 둘이서 먹어본다. "아빠 진찌 맛있다!"라고 아이가 말을한다. 아이의 말을 들으며 살짝 한쪽 가슴이 아프다....


어제 너무도 더운 날씨에 아이랑 뭐해먹을게 없을까 고민을 하다 팥빙수나 만들어먹을까 하고 마트에 들러 아이랑 둘어봅니다. 얼음을 갈아서 팥빙수 얼음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대략 9600원 정도선... 문제는 기계가 아니라 팥빙수의 핵심인 팥이 문제더군요. 비슷한 용량에 중국산 팥으로 만든것이냐 국산이냐의 문제로 가격차이는 얼추 두배의 차이.... '중국산이라.... 국산팥을 살까?' 가격은 두배가량의 차이.... 고민이 꼬리를 뭅니다. 팥빙수를 만들기 위한 다른 재료들도 둘러봅니다. 팥빙수 하나를 만들어먹기 위해서도 완벽한 국산재료만의 구성은 불가능하더군요. 물론 지불할 능력이 많다면 다른 문제이겠지만.... 아무리봐도 국산으로 모든 재료의 구매가 불가능하다면 그냥 가격으로 구매를 결정합니다. 중국산 팥을 카트에 담고 아이가 과자를 사달래서 유기농임을 강조하는 과자 한봉지 손에 들려서 마트를 나옵니다. 마트를 나오면서도 뭔가 찝집한 느낌... 가능한 국산을 살껄 그랬나?


얼음을 갈고, 이것저것 재료들을 아이랑 같이 넣어서 팥빙수를 만든다. 가게에 파는 맛과는 다른 그냥 그럭저럭 팥빙수의 맛이지만 아이랑 둘이서 만들었기에 더욱 시원하고 맛이 좋다. 하지만 팥빙수속의 팥을 볼때마다 목에 걸리는 느낌은 도데체 뭘까? 고작 몇천원 아끼자고 중국산팥을 산 아빠의 치사함때문일까? 뭘까?


하물며, 내가 선택가능한 문제에서도 이렇게 마음이 찝찝한데 한달에 7번 이상은 소고기를 어린이집에서 먹어야 하는 딸아이의 직면한 문제에서 '세상에서 가장 싸고 질좋고 안전하고 맛있다'는 소리를 연발하며 미국소고기 스테이크를 잘라 입으로 가져가는 그작자들의 말을 나는 정말 한번쯤 믿어보고 싶다. 하지만 믿어보고 싶은 의지와는 무관하게 이제 내 딸아이는 그 아이의 선택권을 박탈당한채 '세상에서 가장 싸고 질좋고 안전하고 맛있다'는 미국소고기가 어린이집 식단에 오르게 되는 시대에 살게 된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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