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의 막장’ 쪽방촌, 죽음 이후까지도 혼자 | |
| [현장]
매달 1~2명씩 숨져가는 ‘영등포 쪽방촌’ 500여개 쪽방에 566명…40~50대 가장많아 “손쉬운 위로는 소주뿐”…알코올중독사 37% | |
그곳에서 김원식(54)씨는 숨졌다. 지난 22일 낮 12시10분께 옆방에 사는 이아무개(40)씨가 그의 쓸쓸한 죽음을 처음 발견했다. 이씨는 “문을 열어보니 김씨가 침대에 엎어져 있었고, 몸이 얼음처럼 차가웠다”고 말했다. 가로세로 2m 크기의 김씨 방에는 때에 찌든 간이침대와 채널회전식 텔레비전 한 대, 낡은 구두 한 켤레뿐이었다. 창문이 없어 한낮에도 동굴처럼 어두운 방. 바닥에는 소주병 여섯 개가 나뒹굴고, 먹다 남은 음식이 쏟아진 채 썩어가고 있었다. 역한 냄새로 숨쉬기조차 힘든 방에서 그는 혼자 먹고, 자고, 숨져갔다.
영등포 쪽방촌에는 500여개의 쪽방에 566명이 살고 있다. 나이로는 40~50대가 400여명으로 가장 많다. 방값은 월 20만원이 평균인데, 상당수는 하루하루 8천~1만원씩 내고 잔다. 광야교회가 운영하는 영등포쪽방상담소의 김형옥 소장은 “이곳 사람들의 90%가 혼자 살고 있어 질병에다 외로움, 우울증이 심하다”며 “마음의 상처가 크고 기댈 곳 없는 이들이 고단한 현실을 잊기 위해 가장 손쉽게 선택하는 것이 1300원짜리 소주”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그러다 보니 술에 절어 혼자 죽어가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가족이 없어 이웃끼리 절친했던 전형찬(45)·김영진(46)씨도 일곱 달 간격으로 세상을 등졌다. 알코올 중독, 간질, 당뇨를 앓던 김씨는 지난해 12월28일 숨졌다. 김씨의 이웃 박아무개(55)씨는 “간질로 입에 거품이 나면 기도가 막히지 않게 해줘야 하는데, 주변에 도와줄 사람이 없어 결국 기도가 막혀 죽었다”고 말했다. 김씨의 주검을 처음 발견한 것은 전씨였다. 두 사람은 둘도 없는 술친구였다. 역시 간질과 당뇨가 심해진 전씨도 지난 7월10일 친구 곁으로 갔다.
이렇게 영등포 쪽방촌에서 올해만 13명이 숨졌다. 영등포쪽방상담소가 집계한 결과를 보면, 2003년 9명, 2004년 8명, 2005년 13명, 2006년 16명 등 5년 동안 59명이 숨졌다. 매달 한두 명씩 숨진 셈이다. 사망 원인은 알코올 중독이 22명(37%)으로 가장 많았다.(표 참조)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 40~50대 사망률은 10만명당 328명(0.328%)인데, 40~50대가 대부분인 영등포 쪽방촌의 지난해 사망률은 이보다 8.6배 많은 2.83%에 이른다. 그나마 영등포 쪽방촌에서는 사망자 현황이라도 파악되지만, 동대문·남대문·용산 등 서울의 다른 쪽방촌에선 이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오늘도 어느 쪽방촌 한쪽에선 가난과 외로움으로 소진된 목숨들이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죽음을 맞고 있을지 모른다. 글·사진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
| 기사등록 : 2007-11-28 오전
12:25: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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