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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막장’ 쪽방촌, 죽음 이후까지도 혼자
[현장] 매달 1~2명씩 숨져가는 ‘영등포 쪽방촌’
500여개 쪽방에 566명…40~50대 가장많아
“손쉬운 위로는 소주뿐”…알코올중독사 37%
한겨레 김소연 기자
» 서울 영등포 쪽방촌에는 골목길 양쪽으로 성냥갑을 연상시키는 500여개의 쪽방이 촘촘히 붙어 있다.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422-63번지. 영등포역 뒤편으로 500m쯤 들어가면, 화려한 도심 한복판에 전혀 다른 세계가 나타난다. 영등포 쪽방촌. 성냥갑을 연상시키는 500여 개의 쪽방이 촘촘히 붙어 있다. 연탄 타는 매캐한 냄새가 코끝을 찌르고, 술에 취해 몽롱해진 눈빛의 사람들이 비틀거리며 골목을 헤맨다. 알아듣지 못할 말로 고래고래 고함치는 목소리들이 가로등 하나 없는 쪽방촌의 적막을 깰 뿐이다.

그곳에서 김원식(54)씨는 숨졌다. 지난 22일 낮 12시10분께 옆방에 사는 이아무개(40)씨가 그의 쓸쓸한 죽음을 처음 발견했다. 이씨는 “문을 열어보니 김씨가 침대에 엎어져 있었고, 몸이 얼음처럼 차가웠다”고 말했다. 가로세로 2m 크기의 김씨 방에는 때에 찌든 간이침대와 채널회전식 텔레비전 한 대, 낡은 구두 한 켤레뿐이었다. 창문이 없어 한낮에도 동굴처럼 어두운 방. 바닥에는 소주병 여섯 개가 나뒹굴고, 먹다 남은 음식이 쏟아진 채 썩어가고 있었다. 역한 냄새로 숨쉬기조차 힘든 방에서 그는 혼자 먹고, 자고, 숨져갔다.

» 지난 22일 창문도 없는 방에서 홀로 숨진 김원식(54)씨의 방에는 소주병이 나뒹굴고, 먹다 남은 음식이 쏟아진 채 썩어가고 있다.
한겨울 전기장판 하나가 김씨를 지켜주는 유일한 온기였다. 알코올 중독에 결핵, 당뇨까지 앓던 김씨의 발목은 합병증으로 썩어가고 있었다. 쪽방 주인 이아무개(58)씨는 “김씨가 이곳에서 3년을 살았는데, 아프니까 만날 술만 먹고 병원에 가라고 해도 ‘죽으면 그만’이라고 했다”며 “사는 걸 포기한 사람 같았다”고 말했다. 옆방 이씨는 “16년 전 김씨가 폭력으로 4년을 복역하고 나오니, 아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더라”며 “영등포에 온 지는 6년 됐고, (가족들에게) 버려졌다는 것에 무척 괴로워했다”고 말했다. 아무도 찾아가지 않는 그의 주검은 행정절차를 밟아 곧 화장될 예정이다. 죽음 뒤에도 김씨는 홀로 남겨졌다.

영등포 쪽방촌에는 500여개의 쪽방에 566명이 살고 있다. 나이로는 40~50대가 400여명으로 가장 많다. 방값은 월 20만원이 평균인데, 상당수는 하루하루 8천~1만원씩 내고 잔다. 광야교회가 운영하는 영등포쪽방상담소의 김형옥 소장은 “이곳 사람들의 90%가 혼자 살고 있어 질병에다 외로움, 우울증이 심하다”며 “마음의 상처가 크고 기댈 곳 없는 이들이 고단한 현실을 잊기 위해 가장 손쉽게 선택하는 것이 1300원짜리 소주”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그러다 보니 술에 절어 혼자 죽어가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가족이 없어 이웃끼리 절친했던 전형찬(45)·김영진(46)씨도 일곱 달 간격으로 세상을 등졌다. 알코올 중독, 간질, 당뇨를 앓던 김씨는 지난해 12월28일 숨졌다. 김씨의 이웃 박아무개(55)씨는 “간질로 입에 거품이 나면 기도가 막히지 않게 해줘야 하는데, 주변에 도와줄 사람이 없어 결국 기도가 막혀 죽었다”고 말했다. 김씨의 주검을 처음 발견한 것은 전씨였다. 두 사람은 둘도 없는 술친구였다. 역시 간질과 당뇨가 심해진 전씨도 지난 7월10일 친구 곁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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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행렬은 끊이지 않았다. 지난 10월9일에는 김창남(35)씨가 자살했다. 쪽방촌 들머리에 있는 광야교회 6층에서 뛰어내렸다. 그를 기억하는 한 쪽방 주민은 “정신지체 2급이었고, 중풍기가 있어 한쪽 팔과 다리가 불편했다”고 전했다. 영등포에서 쪽방 10여개를 세주고 있는 이아무개(60)씨는 “여기서 사람 죽어 나가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라, 이젠 놀라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이렇게 영등포 쪽방촌에서 올해만 13명이 숨졌다. 영등포쪽방상담소가 집계한 결과를 보면, 2003년 9명, 2004년 8명, 2005년 13명, 2006년 16명 등 5년 동안 59명이 숨졌다. 매달 한두 명씩 숨진 셈이다. 사망 원인은 알코올 중독이 22명(37%)으로 가장 많았다.(표 참조)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 40~50대 사망률은 10만명당 328명(0.328%)인데, 40~50대가 대부분인 영등포 쪽방촌의 지난해 사망률은 이보다 8.6배 많은 2.83%에 이른다. 그나마 영등포 쪽방촌에서는 사망자 현황이라도 파악되지만, 동대문·남대문·용산 등 서울의 다른 쪽방촌에선 이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오늘도 어느 쪽방촌 한쪽에선 가난과 외로움으로 소진된 목숨들이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죽음을 맞고 있을지 모른다.


글·사진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기사등록 : 2007-11-28 오전 12:25:48 기사수정 : 2007-11-28 오전 10: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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